미지의 세계, 빛이 될 우리의 노력 |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영진 광주과기원 박사과정·생명과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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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데 우리가 다 경험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길들이 존재하기에 우리 모두는 상황에 따라 하나하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처럼, 사람은 누구나 흘러가는 세월 속에 자연히 수많은 길 중 손꼽히는 몇 가지의 인생길을 선택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가지 않은 또 다른 세상과는 점차 멀어져 간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포기한 모든 것들이 삶의 먼 뒤편으로 사라져 간다.
지금 당신이 살아가는 인생은 언제 결정됐는가? 한 순간 나비의 날갯짓이 당신을 지금까지 이끌었는가 아니면 우레와 같은 번개와 무수히 쏟아지는 폭우가 당신을 지금까지 떠내려 오게 했는가? 다른 것들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그 길이 포기한 것들이 아쉽지 않을 만큼 가치가 있었는지,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지, 이제는 생각해 볼 때이다.
필자가 눈에 보이지 않은 세상으로 내딛은 계기는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 같다. 생화학 책의 단백질 구조를 보고 뭔지 모를 신비로움에 이끌려 현재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고 기능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해왔다.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포부와 바람이 거창하듯, 생명과학자가 되기 위한 필자의 다짐은 세상에 가치있는 연구를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명공학 박사과정으로 한해 두해 연차가 늘어갈수록 생각하지 않은 것들에 부딪치곤 했다. 점차 연구의 가설이 풀리고, 연구의 호기심의 일부를 채우고, 학위를 위한 이수조건을 채워갔지만, 문제는 살아있는 동안 필자가 연구한 생명공학 연구 성과가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한 가지의 위안은 미래의 일을 소재로 한 과학소설이나 다양한 영화들에서 필자가 살아있는 어느 시점에서는 필자의 연구가 가치 있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접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하거나, 바이러스나 전염병의 창궐로 지구가 멸망하거나, 제2의 지구를 찾아 우주를 탐험하는 소재의 영화들이 그 예이다.
필자와 같은 생명과학자나 천문학자들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실험도구에 의존하여 새로운 현상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 만약 현 시점에 같이 공존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인류의 생명과 삶을 위협한다면 과학자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세상과 투쟁하고 싸워 물리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 행성 중 화성이 제2의 지구가 될 가능성들을 논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현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에 대해 가능성을 논하는 것을 보니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 듯하다.
광주과학기술원 정문에 놓여진 커다란 바위에는 ‘우리의 꿈, 세계의 빛’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정말 미지의 세계에서 우리 과학자의 노력이 세계의 빛이 될 것인가? 필자는 한국연구재단과 광주과학기술원의 지원으로 현재 학위과정동안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들과 신약후보물질간의 구조-기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미토콘드리아의 칼슘 농도 조절이 세포의 생존과 사멸에 중요하다라는 결과들을 접하고, 미토콘드리아 칼슘유입을 조절하는 단백질들의 구조-기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와 같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언제 세상에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다만 우리의 연구가 언젠가 세상에 가치 있는 일로 쓰일 그 날을 생각하며 포기하거나 되돌아가기에 앞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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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광주과기원 박사과정·생명과학부
미토콘드리아 칼슘유입조절 단백질들의 구조규명 및 기전연구를 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칼슘유입 막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규명 연구가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보도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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